[기고] 선제 안내는 너무 오래 머물렀다…지금 연준의 초점은 물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잭슨홀의 변하지 않는 테턴산맥을 배경으로, 우리는 결코 멈춰 있지 않은 경제 지형을 살피러 이곳에 왔다. 2008년 위기를 전후한 10여 년 동안 경제학자와 정책 결정자들은 장기 정체와 글로벌 저축 과잉을 말했다. 좋은 것은 이미 다 발명됐으니 넘치는 자본이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성장은 낮고 더딜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가장 분명한 예가 인공지능(AI)이다. AI의 발전은 몇 해 전 그 전도사들이 예상한 것보다도 빨랐다. 성장률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관련 기반시설에 자본이 쏟아지고, 선두 연구소 두 곳의 연간 토큰 판매액만 1000억 달러가 넘어 1년 전보다 500% 이상 늘었다는 보도도 있다. 연준은 AI를 새로운 변수, 어쩌면 새로운 생산요소로 본다. AI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지속적으로 끌어올릴지, 토큰 사용이 노동을 보완할지 대체할지, 그 수익이 반도체·에너지·클라우드 같은 희소 자산의 주인에게 갈지 기업과 소비자, 노동자에게 돌아갈지는 아직 모른다. 연준은 생산성과 일자리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질문을 파고들고 있다. 다만 그 권고는 나중에 나올 것이고 지금의 정책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

나는 연준 의장의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의 형식과 기능을 바꾸려 한다. 앞날의 정책 결정에 관한 투명성은 그 자체로 미덕이 아니다. 소통은 통화정책을 제대로 하는 일에 복무해야 한다. 선제 안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동료들과 내가 정례화했다. 당시엔 꼭 필요했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 머물렀다. 평상시에 정책 논의를 지나치게 공유하고 앞날의 결정을 지나치게 약속하면 시장과 기업, 가계를 잘못 이끌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우리의 자유를 스스로 묶게 된다. 2021년의 선제 안내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늦췄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준에는 가능한 한 걸러지지 않은 시장 신호가 필요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아니라 경제의 실제 정보를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시장이 연준의 안내에 기대고 연준이 시장 가격에 기대면 모두가 새 변화를 보지 못하는 '거울의 방'에 갇힌다. 그 비용을 가장 크게 치르는 것은 시장 참여자가 아니다. 연준이 물가와 경제를 잘못 판단하면 금융자산이 없는 사람들,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이 너무 높은 물가와 불안한 일자리를 떠안는다.

그렇다면 새 의장이 적어도 금리 반응 함수라도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테일러 준칙 같은 단순한 공식에 기댈 만큼 정확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렇지 못하다. 나와 동료들은 더 믿을 만한 모형과 더 튼튼한 준칙을 만들려고 노력하겠지만, 지정학과 공급망,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때에는 우리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겸손해야 한다.

원칙도 밝혀 둔다. 어제의 뉴스를 지금 일어나는 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하고, 고립된 수치보다 추세가 중요하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 2% 목표는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다. 물가 안정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으며, 그것을 이루는 것이 연준의 일이다.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번영에 해롭다. 비전통적 정책은 진짜 위기에만 아껴 써야 하고, 통화량도 중요하다. 더 조용하고 목적이 분명한 연준이 목표를 더 잘 이룬다.

지금 경제는 더 튼튼해진 것으로 보인다. 설비·무형자산 투자가 1년 새 9% 안팎 늘어 2021년 이후 가장 빠르고, 올해 투자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AI 관련 구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S&P500 기업 이익은 지난 1년 20% 넘게 늘었고 회사채 가산금리는 역사적 하단에 가깝다.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업률은 4.1%로 역사적으로 낮고, 노동시장은 완전고용에 부합한다고 본다. 그러나 물가는 걱정스럽다. PCE 물가 상승률은 12개월 기준 3.7%, 6개월 기준 4.1%다. 지난 12개월 동안 3% 넘게 오른 품목의 비중이 54%로, 팬데믹 전 20년의 32%를 크게 웃돈다. 지금 연준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물가다.

중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안정돼 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는 무너지기 전까지는 튼튼해 보이는 법이다. 65개월 동안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의 책임은 전적으로 중앙은행에 있다. 기저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게, 충분한 속도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는 할 일이 남아 있다. 나는 오늘 어떤 결정이 아니라 하나의 규율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한다.

출처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2026. 8. 28.,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 2026 공정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 어떠셨나요?

한 번 클릭해 감정을 남겨주세요. 다시 누르면 취소돼요.

0명이 감정을 남겼어요

0개의 댓글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 7일 내 발행된 기사가 없습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