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홈네트워크 분리에 VPN만 사용"…'복수 기술 허용' 정부와 딴길

LH 내부 문건 내용 중 세대별 홈네트워크 논리적 분리 방법 비교 자료. 업계에서는 LH의 판단 기준과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LH
LH 내부 문건 내용 중 세대별 홈네트워크 논리적 분리 방법 비교 자료. 업계에서는 LH의 판단 기준과 내용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LH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가 세대별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타 세대로부터 분리하는 솔루션 중에서 가상사설망(VPN) 기술 솔루션만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공정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LH는 지난해 9월 이 같은 내용의 선정 결과를 담은 '입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스마트홈 보안설계기준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따라, LH 신축 공동주택에서는 VPN 솔루션만 도입될 전망이다.

LH의 이 같은 결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3개 정부 부처의 공동 고시인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서 물리적 분리 외에도 가상근거리통신망(VLAN) 등 다양한 논리적 분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업계에서는 LH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사업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고시, 다양한 물리적·논리적 방법 허용

고시 제14조의2 제1항은 단지서버와 세대별 홈게이트웨이 사이의 망에서 송수신 데이터 노출이나 탈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를 물리적 방법으로 분리하거나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한 VPN, VLAN, 암호화 기술 등을 활용해 논리적 방법으로 분리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물리적 분리는 단지서버부터 각 세대까지 네트워크를 분리 구성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단지서버로부터 각 세대망까지 성형배선 등의 방식으로 케이블을 연결해 물리적으로 회선을 분리해 구축하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단지서버에 연결해야 하는 세대수만큼 회선을 개별 구축하게 된다.

논리적 분리 방법은 단지서버와 각 세대까지를 다른 세대와 공동으로 이용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분리된 것과 유사하게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ICT 전문가들은 유사한 운영이라는 의미에 대해 '세대별 홈네트워크 상호 접근 제한'과 '타 세대 홈네트워크 장비 정보 불검출'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세대별 홈네트워크 상호 접근 제한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직접 접근하는 것이 제한돼야 한다는 뜻이다. 타 세대 홈네트워크 장비 정보 불검출은 특정 세대에서 다른 세대 장비의 IP, MAC 주소 등이 검출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고시의 해당 조항에서는 논리적 분리 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나열하면서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VPN, VLAN, 암호화 기술 등 3가지 외에도 언급되지 않은 다양한 기술을 논리적 분리 구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해당 조항은 논리적 분리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암호화 기술이 곧 논리적 분리 기술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고시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신기술이 있다면 고시 해설서 성격인 '홈네트워크 보안가이드(가이드)'에 해당 신기술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암호화 기술은 논리적 분리 구현 기술로 볼 수 없다면서 이를 제외한 바 있다.

LH, 물리적 분리·VLAN 배제 후 VPN만 쓰기로

그런데, LH는 물리적 분리 방법을 시공성의 불편, 높은 공사비 등을 이유로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면서, 논리적 분리 방법 중 장·단점, 공사비 등을 비교 분석해 VPN만 사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했다.

LH는 VPN을 선정한 데 대해서는 ▲전송구간 암호화 가능 ▲CC인증 제품 존재 ▲통합관리 용이(GUI 기반 제공 등)와 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반면, VLAN을 배제한 이유로는 ▲전송구간 비암호화 ▲CC인증 제품 없음 ▲통합관리 곤란 등을 들었다.

LH의 판단대로라면, VPN의 장점이 곧 VLAN의 단점인 셈이다.

또한, 세대마다 위치하는 VPN 클라이언트는 SW 또는 하드웨어(HW) 방식으로 설치 가능하며, 보안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을 병행 적용한다고 밝혔다.

LH는 VPN 솔루션 도입에 따른 공사비는 세대당 약 8만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월패드 내에 VPN 클라이언트 기능을 탑재하는 SW 방식이 저렴하므로 LH가 이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VPN 클라이언트를 별도 HW 방식으로 구현할 경우에는 이 HW의 대당 가격이 세대당 공사 비용인 8만 원에 육박할 것이므로, LH가 VPN 클라이언트를 SW로 구현한 솔루션만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답정너식 사업 바로잡아야"

업계는 LH가 VPN만을 사용한다는 방침에 대해 '답정너'식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정보통신기술사는 통화에서 "VLAN 기반 솔루션에서 통합관리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여러 VLAN 기반 솔루션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수 장비를 일괄, 원격 제어하는 통합 관리 기능 또한 제공하고 있다. LH가 왜 저렇게 사실과 다른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VLAN 솔루션 중에서 CC 인증 제품이 없다는 LH의 주장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VLAN'과 'CC인증'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 제품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VLAN 기술 자체는 보안 기술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송 기술이다. 따라서 '국가용 보호프로파일'이나 '국가용 보안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해 이를 인증하는 CC인증이나 국가정보원의 보안기능확인서 대상이 아니다. 다만 VLAN 기반으로 작동하거나 VLAN 기능을 포함한 수많은 보안스위치, 접근제어 솔루션이 CC인증이나 보안기능확인서를 획득한 상황"이라며 LH의 선정 기준과 판단이 타당하지 않다고 짚었다.

전송구간 암호화에 대해서는 "고시 제14조의2 제2항에 따라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장비는 데이터 기밀성, 데이터 무결성, 인증, 접근통제, 전송데이터 보안 등 5가지 항목의 '홈네트워크장비에 대한 보안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홈네트워크에서 디바이스가 통신을 할 때 데이터를 암호화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단순히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장비는 송수신 데이터 암호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고시 내용을 언급하면서 "디바이스에서 이미 암호화를 했는데,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구간에서 또다시 암호화를 하자는 LH의 논리는 장비의 리소스와 암·복호화에 소요되는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간 예산의 3분의 1 수준 후려치기 말아야"

LH가 홈네트워크를 논리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 수준에 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안 솔루션 제조기업 임원은 "세대당 홈네트워크 논리적 분리 구현 예산을 8만 원 수준으로 책정한 건 지나치게 낮다고 본다. 논리적 분리 솔루션 기업들이 민간 공동주택 건설 사업자들에게 세대당 20만 원 수준의 가격으로 솔루션을 제안, 공급하고 있다. LH가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예산을 민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정한 건, 결론적으로 가격을 후려치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87% 정도의 낙찰률을 적용하게 되면 도입 단가는 더욱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도 짚었다.

업계에서는 LH가 객관적이며 공정한 기술적·경제적 기준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 제품,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도록 '기회의 평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H는 "공동주택 설계기준 수립 시 추후 하자조치 및 유지관리 등을 고려해 명확하고 일괄적인 기준을 정하고자 했다. 현 시점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만, 관련기술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해서 보안기준을 보완·검토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한편, LH와 달리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인천도시공사(IH) 등은 공동주택 건축 시 VPN만 사용하겠다는 방침 같은 건 정한 바 없다면서, 고시와 가이드 등을 참고해 적합한 솔루션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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