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서구,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 비공개…재량권 남용 지적 나와

인천 서구문화회관. 인천 서구
인천 서구문화회관. /인천 서구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인천 서구청(구청장 강범석)이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정한 법규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서구의 이 같은 행위가 재량권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의 대상은 서구가 지난해 11월 발주한 '서구문화회관 리모델링 공사 음향영상설비 구매' 사업이다. 이 사업은 추정가 18억2651만 원 규모로, 공연장의 안정화와 다양한 공연연출을 고려한 음향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후화된 음향 시스템 및 인프라를 교체하는 게 목적이다.

서구는 해당 사업을 발주하면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적용, 제안서 평가를 실시했다.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안서 평가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서구가 '음향감독' 위주로 제안서 평가위원을 구성하는 이른바 '싹쓸이'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관광체육과에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 정보를 요청했으나, 사업 담당자는 부서 내부 검토 결과 기획재정부 예규인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을 준용해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명단 비공개 조치는 위법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와 각 지역 교육청에서 사업을 발주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과 이 법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행정안전부 예규 제253호)'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평가 위원별 평가결과'의 '평가 위원명'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평가위원 명단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지방계약법 관련 법규에서는 지자체가 평가위원 명단을 비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 조항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에 사업 담당자에게 기획재정부 예규를 준용한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사업 담당자는 "기재부 예규 준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알려줄 의무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향장비 업계에서는 서구가 위법 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내외 음향 인프라 설계를 수행하는 A는 "의혹의 주된 내용은 서구가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자들로 평가위원을 싹쓸이하도록 개입했다는 것이다. 명단이 공개되면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게 우려되니 기를 쓰고 공개를 막으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수의 공공 분야 음향장비 구축 사업에서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활동해온 B는 "발주기관이 입맛에 맞는 특정 제조사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공정한 입찰 행정을 거부하고 있는 게 문제다. 해당 사업에서도 이를 가리키는 방증이 여럿 발견된다"고 의견을 냈다.

B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서 서구는 자체 모집을 통해 평가위원 후보자 신청을 받았다. 조달청에서 제공하는 평가위원 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운영 지침'에 따른 평가위원 풀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 담당자는 "평가위원 선정과 제안서 평가까지 2~3개월이 소요되는 조달청 풀 이용은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채택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사업 추진의 신속성을 목적으로 했다면 자체 모집보다 신속하게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과기부 풀을 이용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는지 묻자, 담당자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과기부 풀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내부 검토 기준에 '사업 추진의 신속성' 외에 어떤 기준이 더 있는지를 물었지만, "그런 것까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결국, 서구는 어떤 이유로 자체 모집을 결정한 것인지 그 검토 기준마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자체 모집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발주기관이 관련 학계, 산업계, 전문 협·단체들을 대상으로 모집 안내·협조 공문을 보내는 게 통상적이다. 이와 달리, 서구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업 담당자는 "그걸 반드시 해야 한다고 법에서 정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그러나 '인천광역시 서구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칙'에 따르면, 대학 교수, 일정 경력 이상의 공무원, 연구기관의 연구원, 해당 분야 전문기관·단체 임직원, 시민단체 등 그 밖에 공정한 심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평가위원의 자격으로 정하고 있다. 평가위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해당 규정이 충실하게 반영되는 데 소흘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서구가 평가위원의 다양성 확보를 막기 위해 외부에 자체 모집 공고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소위 '잠수 모집'을 한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모집 공고 사실이 알려져 다양한 직군에서 많은 사람이 후보자 신청을 하게 된다면 싹쓸이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서구가 특정 직군 위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는 등 재량권을 남용한 사실이 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담당자 처벌·재발 방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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