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정부가 스팸문자 피해 방지를 위해 이달부터 대량문자 발송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자격인증제'를 시행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보다 내실 있는 자격인증제 운영을 위해 사업자 예치금 납부 제도 시행 의견을 제시했다.

정원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디지털이용자보호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휴대전화 스팸신고·탐지 건수는 1억8999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배 이상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이용자 월간 스팸문자 수신량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반등 추세를 나타냈다. 특히, 대량문자발(發) 스팸문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97.9%에 이르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KISA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문자 발송서비스 사업자 난립 방지와 시장 건전화를 도모하고자 이달부터 자격인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KISA는 자격인증제가 과거 '허가제'로의 회귀가 아닌 민간 주도적 자율 규제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스팸문자 대책 또한 업계가 주도해 마련한다는 것.

자격인증제는 방통위, KISA가 제도적인 부분을,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가 문자중계사 관리/감독을 담당한다.
문자중계사 9곳은 대량문자 발송서비스 사업자(문자재판매사) 1200여 개사의 관리/감독, 전송자격 인증 등을 맡는다. 자격인증제 운영규정을 위반한 문자재판사에 대해서는 전송차단이나 계약해지를 하게 된다.
인증제도의 실질적 운영은 문자중계사들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KCUP)다. 현재 10명 이내의 규모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필요 예산은 문자중계사 등이 분담하기로 한 상황이다.
KISA는 문자재판매사가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현재 1200여 곳까지 그 수가 증가했고, 이 같은 업체 난립이 스팸문자 폭증이란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이에 문자재판매사별 고유번호 도입에 이어, 이달부터 인증제도를 도입해 무분별한 스팸문자 발송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이달부터 발신번호 블랙리스트 기반 스팸문자 재발송 제한 정책을 시행한다.
이 정책은 다수, 중복 신고된 문자스팸의 발신번호(블랙리스트)를 문자중계사에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문자중계사는 블랙리스트를 공유받아, 여기에 등록된 번호로부터 발송되는 모든 문자를 차단하게 된다. 블랙리스트는 1일 기준 50건 이상 중복 신고된 문자스팸의 발신번호로, 차단기간은 등록일로부터 3개월간이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시범운영한 결과 7만4000여 개의 번호를 블랙리스트로 등록했으며, 총 414만 건의 문자스팸 발송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다만, 텍스트 스팸이 아닌 이미지에 대한 필터링은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KISA는 AI가 필터링에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이미지 내 문자를 인식, 분석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명의 알바를 모집해 스팸문자를 분산 발송하는 경우, 이미지를 조금씩 변경해 발송하는 방식이라면 이를 필터링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정부는 삼성전자 휴대폰에 '악성문자 필터링 서비스'를 도입해 스팸문자 수신 차단을 고도화한다. 이른바 온디바이스(On-Device) 필터링이다.
KISA는 그동안 누적된 스팸신고 분석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악성문자를 한번 더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며, 이 기능을 이용하면 전화번호, URL 기반 악성문자를 자동으로 필터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KISA와 삼성전자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능 개발에 착수한 바 있으며, 지난 3월 운영환경 구축에 이어 오는 7월까지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 중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정원기 단장은 과거에는 오차단 때문에 수신자에게 가야 할 정상적인 문자 메세지가 도달하지 못해 소송이 제기되는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필터링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스팸문자 필터링 서비스에 대해서는 차단된 메세지가 수신된 뒤 '차단 메세지함'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앞으로 적극적인 필터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스팸문자 필터링 기능을 제공할 예정인 것과 달리, 애플의 아이폰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애플에 관련 협조 의사를 전했지만, 애플은 글로벌 정책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 국가의 정책에 따라 자사 기기의 기능에 변경을 가할 수 없다면서 제안을 거부했다는 게 KISA의 전언이다.
한편, 정부의 문자재판매사 자격인증제 시행을 두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문자재판매사의 개폐업이 손쉬운 편이고, 이들이 스팸문자 대량발송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적발 시 받는 불이익이 적다면서,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자재판매사가 사업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금액을 예치금으로 납부하고, 이후 스팸문자 대량발송 적발 시 이미 납부했던 예치금에서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공제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문자재판매사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율 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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