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무카톡 시무DPG인가?

박광하 공정경제 기자.
박광하 공정경제 기자.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말인데,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1593년 사헌부 지평인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문구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호남 지역인 전라도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중요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늘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DPG) 정책에서는 카카오톡(카톡)의 '국민 메신저'라는 가치가 몹시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양한 DPG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들이 서로 담합이라도 한 것인지, 너도 나도 카톡만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카톡은 지금까지 장애가 여러 차례 발생해 시민들이 크고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또한, 국내 문자, 메신저 시장에서 몹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등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에게 무중단, 무장애 운영을 하도록 추가적인 의무를 덧붙이거나, 카톡을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을 발굴해 대안으로 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아닌 게 아니라, 정부에서는 카카오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카톡 서비스 장애를 3차례 일으킨 카카오에 대해 지난달 시정 요구를 했다.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열어 카카오의 미흡 사항에 대한 시정조치 요구사항을 심의·의결한 것이다. 카카오에게 주요 작업 전 사전테스트 체계 고도화, 작업관리 통제 강화, 장애 발생 대응 매뉴얼 보완 등의 시정 조치 계획을 1개월 안에 내고, 3개월 내로 시정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카톡 장애 시 대안에 관해서는 별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혹시, 전통적인 이동통신 기반 SMS, MMS 문자서비스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단방향 정보 전달 수단인 문자서비스로는 DPG 구현이 쉽지 않고, 문자 발송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 시민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대안이 작동하지 않는 국가적 재난에서 긴급 상황 정보를 전파하는 용도라면 모를까, 이통사 문자서비스를 대안으로 두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너무 안이한 계획일 것이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정부24'라는 공공 앱을 카톡의 대안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행정서비스포털인 '정부24'를 모바일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앱인데, 다운로드가 1000만 회에 이를 정도로 이용자가 많다. 이 앱에 카톡과 같은 메신저 기능을 추가하고, 기기를 통해 메시지 수신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DPG서비스 제공 공공기관들이 이통 문자서비스나 카톡 메시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이들 서비스 이용요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또한, DPG서비스 이용자인 시민들이 카톡, 이통사 문자, 정부24 등에서 어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언급한 플랫폼 외에도 네이버톡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된다면 소비자 선택권 강화에 기여할 수 있고, 메신저 시장의 경쟁 촉진 효과도 불러올 것이다.

아울러, 카톡에 장애가 발생하면 정부24 앱을 통해서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카톡 장애 시 카톡이 복구되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게 아니라, 다른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DPG서비스를 무중단 제공하는 적극적 행정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게 더욱 발전, 고도화되면 플랫폼 종속에서 자유로운 통합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겠단 전망도 있다.

정부가 DPG서비스 제공을 위해 '대한민국 한정 1등 메신저'인 카톡에게 대롱대롱 매달리는 현 상황을 극복할 방안 마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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