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송장비 구축 공공사업 모니터링 중단에 위법·과잉발주 '활개'

관련 예산 전액 삭감에 사업 감시 '올스톱'
업계 "예산·인적 인프라 재확보 나서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 과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 /과기부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정부가 영상, 음향, 조명설비 등 방송장비를 구축하는 공공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매년 벌여 왔으나,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모니터링 업무 또한 전면 중단됐다. 공공 분야 방송장비 구축 사업의 적법, 적정 추진에 기여하던 모니터링 활동의 중지는 위법, 과잉 발주 사건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공정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방송장비시장 활성화 기반 조성' 사업을 위해 매년 6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왔다. 이 사업 예산을 통해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운영 지침 운영 ▲방송장비 헬프데스크 컨설팅 지원 ▲방송장비 전문가 풀(Pool) 구성·운영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운영 실무교육 개최 ▲국산 방송장비 제조업체 홍보 지원 ▲공공부문 방송장비 조달관련 제도개선 지원 등이 이뤄져왔다.

아울러, 공공방송장비시장 활성화 기반 조성 세부 사업 중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운영 지침 운영'을 통해 공공 분야 방송장비 구축 사업 모니터링 활동이 전개돼왔다. 이에 대해, 방송장비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모니터링 활동이 발주기관의 위법, 과잉발주를 사전에 발견해 개선함으로써 공정한 사업 추진과 시민 세금 절약이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과기부가 올해 공공방송장비시장 활성화 기반 조성 사업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장비 구축 사업 모니터링 예산도 '제로'가 됐다. 예산 부족은 모니터링 활동 전면 중단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위법, 과잉발주 사건이 여럿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예로, A 지자체의 경우 방송장비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제안요청서를 사전 공개했고, 사전 공개된 제안요청서에 대해 방송장비 업체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A는 제시된 의견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입찰 공고를 강행하고 말았다. 과기부 고시인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운영 지침'에 따르면, 발주기관이 제안요청서 사전 공개 당시 제시된 의견을 모두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안요청서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제안요청서가 적법, 적정하게 마련됐는지를 심의해야 한다.

지침을 위반한 B, C 기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들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방송장비 업무를 담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지침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는 방송장비 구축 사업 모니터링 수행기관이 제안요청서 사전 공개 단계에서 지침 준수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모니터링 활동이 정지되면서 과잉 예산 편성 사업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D 기관의 음향설비 구축 사업이 그렇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의 제안요청서를 분석하면 책정된 예산의 60% 정도로도 사업 목적에 맞는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해당 사업 발주기관이 고가의 외산 장비를 도입할 목적으로 예산을 과잉 편성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모니터링 활동 수행기관에서 과잉 발주 사업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예산 절감 성과를 거뒀는데, 이제는 그런 업무를 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발주기관에서 과잉 발주를 해도 이를 적시에 잡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 사업 모니터링 활동 중지가 6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이 같은 위법, 과잉 발주 사례는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장비는 설비 설계, 구축, 운영,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장비인 만큼 비전문가인 시민이나 일반 행정직렬인 발주기관 사업 담당자들로서는 위법, 과잉 발주 사실을 확인, 적발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장인 김영철 ICT폴리텍대학 교수는 "과기부가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 사업 모니터링 예산 확보에 실패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도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 마련에 늦어질수록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위법, 과잉 발주를 방조하는 꼴이 된다. 예산 전액 삭감 탓에 모니터링 활동 수행기관 인력마저 흩어진 상황으로 아는데, 내년에 다시 예산을 확보한들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다시 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철 교수의 지적처럼, 지난해까지 정부로부터 공공기관 방송장비 사업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 수행하던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올해 초 방송장비 전문가가 퇴직한 데 이어 관련 부서의 부서장 이하 부서원들이 타 부서로 인사발령되는 등 인적 인프라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물론, 과기부도 대안 마련을 고심 중이기는 하다. 과기부 관계자는 "지침을 개정해 지침 관련 업무 수행기관을 KEA에서 한국전파진흥협회(RAPA)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침에서 규정한 '제안서 평가위원 추천 및 추천명단 제공' 업무 등을 KEA에서 RAPA가 수행하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공사업 모니터링 활동 예산 확보에 관해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 담당자는 "예산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RAPA에서 전문 인력을 고용해 모니터링 활동을 당장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정부가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 사업 모니터링 예산 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대안 제시까지 늦어지면서 위법, 과잉 발주 문제는 당분간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업계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해서라도 올해 안으로 모니터링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 2026 공정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 어떠셨나요?

한 번 클릭해 감정을 남겨주세요. 다시 누르면 취소돼요.

0명이 감정을 남겼어요

0개의 댓글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 7일 내 발행된 기사가 없습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