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경제) 박래열 기자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다른 기관과의 중복 지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지원대상에게 지원금을 준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기념사업회는 중복 지원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지도 않았으며, 정산 업무 또한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기념사업회의 이 같은 엉터리 보조금 지원, 관리는 민간단체의 회계부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자체가 보조한 동일·유사사업에 중복 지원
행안부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념사업회가 지원한 205개의 비영리법인·단체를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정산자료를 제출받아 중복 지원 여부를 확인한 결과, 14개 단체(총 50건, 26억5000만 원)에 지자체가 보조한 동일 또는 유사한 사업에 기념사업회가 중복으로 지원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2020년부터 2021년에 추진한 민주화운동 정신계승 지원사업에서는 공모가 아닌 민간단체의 신청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대상을 결정·지원하면서도 지자체와의 중복 지원 제한 등과 관련한 지침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원을 추진했다.
아울러, 일부 민간단체의 경우 같은 해에 동일 또는 유사한 사업으로 기념사업회를 포함해 총 4개의 기관에서 동시에 지원을 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정산시 부정수급 관련 지출증빙 확인 소홀
기념사업회와 지자체로부터 중복으로 지원받은 민간단체의 정산 서류를 살펴본 결과, 몇몇 민간단체는 동일한 세금계산서를 기념사업회와 지자체에 각각 제출하는가 하면, 동일한 사진을 날짜를 다르게 기재해 실적서를 각각 제출하거나(4건, 900만 원), 현수막 등 동일한 물품이나 공연 등 동일한 용역을 각기 다른 거래처에서 납품한 것으로 해 증빙자료를 제출(8건, 4700만 원)하기도 했다.
기념사업회의 지원금을 자부담인 것처럼 지자체에 실적을 보고하거나, 반대로 지자체의 보조금을 자부담인 것처럼 기념사업회에 실적을 보고(5건, 2100만 원)하는 등 회계질서 문란이 발생했는데도 기념사업회는 아무것도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기념사업회는 지원대상 선정 취소나 지원금 환수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정산 완료 처리하고 말았다.
무리한 위탁계약 형식 지원에 환수 곤란해져
기념사업회는 보조금법에 따라 교부받은 보조금을 외부 민간단체에 간접보조금으로 재교부해 관리할 경우, 간접보조사업자가 보조금을 중복으로 지원받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수령한 사항 등에 대해 보조금법에 따른 제재조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념사업회는 외부 민간단체에 업무위탁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외부 민간단체가 거래한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사업비를 중복 지원·수령하거나 사업비를 허위로 청구해 기념사업회 지침 및 계약조건을 위반한 민간단체에 대해 보조금법에 따른 보조사업 수행 배제, 보조금의 환수, 제재부가금 및 가산금의 부과·징수, 명단공표, 고발 등 보조금법에 따른 제재조치를 하는 데 논란이 생길 수 있게 됐다.
중복수령한 해당 단체가 자발적으로 반납하지 않을 경우 계약조건 위반에 따른 소송을 통하지 않고서는 환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게 돼 기념사업회 및 국고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행안부는 지적했다.
행안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게 국고보조금 관리, 집행 등 업무를 태만히 한 직원들을 '징계' 처분하고, 지자체가 보조한 동일 또는 유사 사업에 중복으로 지원받은 민간단체 대해 계약조건 등에 따라 환수해 행안부에 반납하고, 향후 사업참여 제한 조치 등의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앞으로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사업을 할 때에는 보조금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고, 다른 국가기관 또는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사업과 중복해 지원하거나 결격대상 단체를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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