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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녀 세대의 미래 책임질 '디지털 문화'에 투자 집중할 때

박광하 공정경제 기자.
박광하 공정경제 기자.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출산·육아 지원 예산이 제대로 쓰이기는 한 건지 의문이다. 차라리 아이 한 명 낳을 때마다 해당 가정에 거액의 현금을 주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같은 지원책을 일찍이 주장했던 모 정치인이 다시금 회자되는 상황이다.

낮은 출산율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농어촌 인구 급감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유로 인구조차 없는 지역에 인프라를 건립·운영하는 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

학교는 학생 부족으로 통폐합이 가속화될 것이다. 교사 한 명당 학생수도 급감해, 1교실 2교사제 등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교원 임용 절벽 현상은 물론 기존 인력의 '잉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산업계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쓰든지, 아니면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을 활용한 지능화·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도 연구개발(R&D), 설계 부서만 국내에 두고 제조·생산은 해외에 위탁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대형 가전사들이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들을 해외 기업을 통해 위탁 생산하는 사례가 여러 건 보도되지 않았나.

국방도 인구 급감에 따른 병력 부족 문제를 겪을 것이다. 2035년에는 현역 판정률이 101%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결국, 군은 해강안 경계 등 다양한 임무에서 AI, 로봇, 드론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육·해·공군을 분리하는 것보다 통합군으로 재편 운영하는 게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치안도 그렇다. 경찰은 이미 로봇, 드론을 활용한 순찰 자동화를 모색하고 있다. 경찰청이 매년 개최하는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져 보인다.

인간의 창의력이 존중받는 문화·예술에서도 생성형 AI의 영향을 벌써부터 받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듯이 AI에게 요청을 하면, AI가 그럴싸한 그림 작품을 그려준다. 아직까지는 손가락 묘사 등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리터칭을 약간 거치면 작품의 완성도를 현저하게 높일 수 있다. AI가 시나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도 우리 귀에 들린 지 오래됐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창의력은 아이디어나 기획 단계에 집중되고, 그것을 실체화하는 것은 AI의 몫이 되리라 본다.

이처럼 세상은 이제 디지털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시민들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문화 생활을 누리도록 도움을 주고 있나.

최근 한 음식점에서 만난 어르신은 '키오스크'를 이용할 줄 몰랐다. 시력 또한 좋지 않아 키오스크의 글자를 확인하기도 어려워했다. 만약, AI와 STT(Speech-to-Text) 기능을 갖춘 대화형 키오스크가 있었다면 그 어르신은 주문을 편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각·지체 장애인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기업이 제공하는 지도 앱을 이용하기 어렵다. 이들 앱은 일반 시민이 주된 대상이다 보니, 장애인을 위한 시설 위주의 경로 안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 장애인용 내비게이션 앱이 몇 개 나온 상태지만, 공공에서 관리하는 전국의 장애인용 시설, 실시간 교통 상황, 날씨, 행사 정보를 앱 개발·제공사가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이들은 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접촉하면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정보보호 등 디지털 문화의 '안전'에서는 정부가 체계적인 교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SMS 등의 문자메세지로 시민을 속여 금전을 갈취하거나 협박을 통해 피해자를 조종하는 '스미싱' 범죄 피해자 상당수가 10~20대"라고 말했다. 정보보호에 관한 기본적 지식이나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같은 디지털 범죄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상당히 분명해 보인다. 디지털 문화의 융성을 위해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부가 디지털 인재 양성을 오래 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체 시민이 디지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스마트패드를 지급하고 또 실물 교과서를 지급하는 현 상황은 앞으로 스마트패드 하나면 학교에서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종이 소비량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병행해 교육의 스마트화를 촉진해야 한다.

공공 분야도 그렇다. 현재 모바일 신분증을 인정하지 않는 기관·기업이 상당수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계도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기껏 만든 훌륭한 제도가 통용되지 못하면, 이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낭비된 것과 다름 없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정보보호 과목 비중을 높이고, 공공·민간을 대상으로 정보보호 교육 의무화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사이버안보 위협을 받고 있지 않나.

군은 장병의 디지털·사이버 병과에 대한 투자와 육성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전역 이후 디지털 분야 국가자격을 취득한 자를 대상으로 예비군 훈련 등에서 병과를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시민 누구나 정보통신 인프라를 통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와이파이 등 무료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지자체의 자가망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민간 통신사의 상용망 장애가 발생했을 때 공공 서비스는 통신 두절이라는 사회적 재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관·기업이 디지털 관련 업무 상당수를 외주화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체적인 역량 확보·강화에 나서야 한다.

지구상에 한국이란 단 하나의 국가만 있다면, 이 같은 투자의 규모나 속도를 줄이거나 늦춰도 될 것이다. 하지만, 200여개의 국가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금, 우리가 늑장을 부리면 눈 깜짝할 새에 뒤쳐지고 말 것이다.

사람 말고는 변변한 자원이 없는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녀 세대가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인지, 그게 오늘 기성 세대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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