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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공공사업 제안서 평가위원회 공정 구성 방안 마련"

행정안전부. 행안부
행정안전부. /행안부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의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 부당개입 등 공공사업 불공정 논란과 관련, 정부가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시민들이 납부한 세금을 재원으로 해 추진되는 공공사업은 크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이나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국가계약법령은 기획재정부가, 지방계약법령은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다.

이들 공공 계약법령에 따르면,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제출된 제안서를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평가항목과 배점한도에 따라 기술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안서 평가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때,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평가위원은 사업 분야 관련 일정 학·경력을 보유한 자로 그 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를 배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아울러, 제안서 평가 이후에는 위원별 평가결과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계약법령에서는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는 반면, 지방계약법령에서는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행안부에서는 사업의 공정성을 두텁게 확보하기 위해 명단을 공개토록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방계약법령과 달리 국가계약법령에서는 평가결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개하지 않도록 허용하고 있다 보니, 이를 근거로 국가계약법령의 적용을 받는 수많은 공공사업에서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까지도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어떤 사유에 의해 명단을 비공개했는지를 상세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에, 국가계약법령 또한 평가위원 명단의 공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 공개 의견에 불을 지핀 게 한예종이 지난해 11월 10일 발주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령예술극장 음향영상시스템 구매설치'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한예종 담당자인 K 주무관은 자신의 지인 4명을 법적 근거도 없이 평가위원 후보자로 등록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K가 등록한 평가위원 후보자 4명 모두 평가위원에 선정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 사실은 한예종이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이나 평가위원 명단을 비공개하면서 은폐됐다가, 공정경제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문제는 더 있다. 해당 사업 평가위원 7명 전원이 모 단체 소속 음향감독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공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을 특정 단체 회원이나 특정 직군에서 모조리 차지하는 '싹쓸이'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사업이 또 있다.

인천 서구에서 지난해 11월 발주한 '서구문화회관 리모델링 공사 음향영상설비 구매' 사업이 그렇다. 지방계약법령의 적용을 받는 인천 서구는 해당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제안서 평가위원 이름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당사자 동의 없이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게 해당 사업 담당자의 입장이다. 지방계약법령에서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토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명단을 공개토록 한 규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변하면서 비공개 처분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행안부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감사 대상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인천 서구의 해당 사업에서 제안서 평가위원들이 음향감독으로 싹쓸이됐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기재부와 행안부는 제안서 평가위원회가 공정하게 구성·운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제안서 평가위원이 공정하게 구성될 수 있도록 추후 제도 개선 시 관련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행안부 또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 적용된 사업에서 제안서 평가위원회가 공정하게 구성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달 행정 전문가들은 특정 협단체 소속 회원이나 하나의 직군에서 제안서 평가위원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를 자체 모집하려는 경우에도, 조달청 평가위원 풀(Pool) 등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평가위원으로 정하도록 하는 등 자체 모집이 갖고 있는 문제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제안요청서 심의위원회나 제안서 평가위원회 활동을 살펴보는 모니터링·옴부즈만 제도를 통해서도 공공사업의 투명성, 공정성, 합리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전국 지자체, 교육청에서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추진하는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 모집 절차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에서 진행하고,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 등록·관리도 이 통합 시스템에서 다루게 함으로써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제안서 평가위원회 구성이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한 공공기관 입찰 담당자는 통화에서 "국내 공공 분야에서는 아직까지도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지금도 많은 발주기관에서는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길 꺼려한다. 그러다 보니, 명단 비공개 처분과 관련해 온갖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이제는 명단을 원칙적으로 공개토록 의무화하고, 국방·안보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명단을 비공개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비공개하는 경우에도 모니터링·옴부즈만 제도를 적용받도록 해 공공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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