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Digital Platform Government, DPG)를 구현하겠다면서 온라인 기반 대시민 행정서비스 제공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서비스 상당수가 민간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카톡)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카톡을 이용한 문자 전송이 무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공공기관에서 카톡을 통해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에는 이용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개발, 배포하는 '정부24' 등 정부앱에 메신저, 디바이스 알림 기능을 추가하고, 정부24 앱을 통해 메시지 기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면 카톡 메시지 발송 이용료 등의 '예산 절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이용 플랫폼 '선택권 보장'이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메시지 발송땐 요금 발생…비용 아끼려면 시민이 불편해져
한 ICT 관련 공공기관은 최근 시민들에게 카톡 채널을 통해 공공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시민들이 해당 기관의 카톡 채널에서 민원을 요청하면, 기관에서는 요청 내용을 접수받아 분석한 다음 그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분석 이후 그 결과를 바로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분석 완료까지 시간이 지난 다음 민원인이 분석 결과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보낸 뒤에야 분석 내용을 알려주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분석 완료 전에 결과 알림을 요청하면 '아직 분석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받게 될 뿐이다. 이처럼 번거로운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기관 담당자는 "서비스 기획 당시부터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톡 메시지 발송 이용료 때문에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원인의 요청 이후 5초 이상이 경과한 뒤 회신 메시지를 보낼 경우에는 이에 대해 과금이 이뤄지기 때문에, 분석 결과를 알려달라는 요청 수신 후 5초 이내에 분석 내용을 제공하는 식으로 과금을 회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분석에 몇 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서비스 활성화 이후에는 분석 결과를 민원인에게 자동으로 보낼 경우 카톡 이용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어쩔 수 없이 채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카톡 운영사인 카카오는 "상담톡의 경우 카카오와 계약을 맺은 사업자(딜러)들이 공공기관과 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세부적인 판매 정책은 딜러사가 수립하고 있으며, 개별 계약의 과금 내용은 계약 당사자들이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당 5원씩 따박따박, 서비스 활성화땐 예산 조기소진
정부에서는 민간 메신저 활용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모바일메시지서비스인 '누리서비스'가 그렇다.
공정경제가 입수한 공공기관들의 누리서비스 이용 계약 내역을 보면, 이 서비스는 ▲단문메시지서비스(Short Message Service, SMS) ▲멀티미디어메시지서비스(Multimedia Message Service, MMS) ▲메시지 수신서비스 ▲앱메시지 서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앱메시지 서비스는 1000자 이내의 메시지를 카톡이나 네이버톡톡 등을 통해 전송하는 것으로, 이용기관은 메시지 발송 건당 4.95원을 내야 한다. 누리서비스 이용 기관이 어떤 플랫폼을 통해 앱메시지를 이용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 메신저 점유율을 고려하면 누리서비스 앱메시지는 사실상 카톡의 독무대인 셈이다.
카톡 메시지로 대시민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관계자는 "카톡으로 정보 제공, 민원 결과 알림 등을 처리하니까 전화 민원이 줄어들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카톡 메시지 발송 이용료가 늘어나게 돼 확보 예산이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 편의 제공을 위해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정작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는 속내도 꺼냈다.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가 연중에 중단될 경우, 서비스 중단에 따른 시민들의 항의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24 앱으로 메시지 기반 행정서비스 제공하자"
이에 대해, ICT 업계에서는 정부가 오래 전부터 개발, 배포하는 '정부24' 앱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공 ICT 사업을 수행하는 업체 대표는 "카톡 장애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대시민서비스를 카톡에 의존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또한, 이용자가 어느 플랫폼을 통해 대시민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사실상 박탈된 상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시민들에게 카톡 이용을 장려하거나, 카카오 비즈니스 영업을 대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정부24' 앱의 고도화를 제안했다. 정부24 앱은 정부의 공공행정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앱으로 10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 실적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국민 다수가 사용 중이다. 이 공공 앱에서 메신저, 알림 등의 기능을 구현해 대시민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
다만, 정부24 앱은 기능 개선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정부가 내버려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까지도 웹페이지를 앱으로 패키징한 '웹앱'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정부24앱에 메신저, 알림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앱'이나 '네이티브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네이티브앱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네이티브 언어로 개발된 앱으로, 웹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기 알림 등 모바일 기기의 각종 기능을 활용하기 편리하다. 하이브리드앱은 앱의 일부 기능을 네이티브로 개발하고, 나머지는 웹앱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관료 출신의 ICT 전문가도 "정부 24앱에서 메시지 기반 대시민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카톡 장애 시에도 시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중단없이 제공할 수 있다. 행정서비스 제공 기관들도 정부24 앱으로 메시지를 발송하면 카톡 이용료를 절감하는 게 가능하다. 행정서비스 이용자인 시민들도 어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인지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공공기관별로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공앱의 난립은 행정서비스의 파편화를 낳고, 이는 통합되고 개인 맞춤화된 DPG 구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PG 구현 관여 기관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행안부는 "카톡 메시지 기반 대시민서비스 현황을 확인해보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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