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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단독] 인천 서구, 제안서 평가위 최소 운영인원 규정 위반

숨겨왔던 평가위원 명단, 행정심판 통해 공개돼
최소 운영인원 7명보다 적은 인원으로 위원회 개최

위원 전원 음향감독으로 구성, '싹쓸이' 의혹 사실로
'평가위원 다양성 확보' 자체규칙 있으나 마나

이메일 통한 위원 응모 신청, 누락 가능성 있어
"메일 보냈는데도 '읽음 표시' 없어" 제보 쏟아져

인천 서구문화회관(왼쪽)과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인천 서구
인천 서구문화회관(왼쪽)과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 /인천 서구

(공정경제) 박광하 기자 = 인천광역시 서구(구청장 강범석)가 '서구문화회관 리모델링 공사 음향영상설비 구매'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운영 최소인원 법령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제안서 평가위원 전원이 음향감독이란 특정 직종으로 구성돼, 그동안 제기됐던 '싹쓸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평가위원 응모 신청 이메일 중 일부를 담당자가 열람조차 하지 않는 등 평가위원 선정 과정에서 입찰방해 행위가 벌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강범석 서구청장은 이에 대해 침묵했다.

이 사업은 서구가 지난해 11월 추정가 18억2651만 원 규모로 입찰 공고한 것으로, 공연장의 안정화와 다양한 공연연출을 고려한 음향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후화된 음향 시스템 및 인프라를 교체하는 게 목적이었다.

당초 서구는 해당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을 법적 근거 없이 비공개했다. 해당 사업 담당자는 부서 내부 검토 결과 기획재정부 예규인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을 준용해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공정경제는 인천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에 서구의 제안서 평가위원회 명단 비공개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인천행심위는 7월 초 서구청장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재결했다.

제안서 평가위원회 최소 운영인원 미준수

인천행심위 재결 이후 공정경제가 해당 정보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서구는 제안서 평가위원회 최소 운영인원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구가 공개한 해당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 명단은 7명이었지만, 실제 평가에 참여한 자는 최소인원에 미달하는 6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과 하위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43조 제9항에 따르면, 협상에 의한 계약(협상계약) 방식에 따라 낙찰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야 하며,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 중 '제7장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4절 제안서 평가위원회 구성 운영'에서는 제안서 평가위원회에 대해 위원장을 포함하는 최소 7인 이상 10인 이내로 구성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서구는 제안서 평가위원 최소 운영인원 미달 방지를 위해 예비 평가위원에게 연락하거나 평가 일정을 변경하는 등의 노력을 소홀히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인천환경공단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공단이 5건의 용역 사업에서 제안서 평가위원회 개최 시 개인사정 불참 등으로 참석 위원이 7명 미만인데도 평가위원 최소인원 수 확보를 위한 적정한 조치 없이 위원회 개최를 강행했다가 인천시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음향감독만으로 위원 구성, 다양성 확보 노력 실종

또한, 서구는 제안서 평가위원 전원을 음향감독이라는 특정 직종으로만 구성했다.

서구가 공개한 명단 정보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들은 ▲양천문화재단 ▲안양문화예술재단 ▲거제문화예술회관 ▲한국체육산업개발 ▲천안문화재단 ▲안성시청 ▲의정부문화재단 등에서 근무하는 음향감독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위는 서구가 마련한 '인천광역시 서구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칙'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당 규칙 제3조 제1항은 제안서 평가위원 자격에 대해 평가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으로서 ▲3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국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7급 이상 공무원 ▲정부투자기관·출연기관·지방공기업의 기술직렬 5급 이상 직원 또는 동등이상 경력자 ▲대학의 전임강사 이상인 사람으로서 해당분야 전공자 ▲1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해당 분야의 전문기관·단체 임직원 ▲시민단체 등 그 밖에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제안서 평가위원회 구성 시 분야별 관련 전문가가 고르게 평가위원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사업 담당자는 통화에서 "평가위원의 다양성 확보 관련 규칙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사업 추진을 위한 시간이 부족해 모든 규정을 지키면서 할 수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평가위원이 음향감독만으로 구성됐지만 서구 자체 규칙에 따르면 이들 평가위원은 국가·지방직 공무원, 정부투자·출연기관 및 지방공기업 직원 등이므로 싹쓸이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미디어 인프라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음향감독들은 운전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떤 자동차를 구매할지를 정하는 공공사업에서 차량 설계·제조·유지관리 엔지니어를 배제한 채 운전자들로만 평가를 진행하면 차량의 구조적·기능적 안전성을 검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서구가 평가위원 다양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평가위원 모집 신청 이메일 읽지도 않았다" 새 의혹

서구는 해당 사업에서 제안서 평가위원 응모를 이메일을 통해 접수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평가위원 응모 신청 이메일을 보냈는데도 서구에서 이를 열람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제보가 사실일 경우, 서구는 음향감독들로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응모 접수를 불공정하게 한 것이 된다.

다만, 이메일 열람 확인 기능은 이메일 수신 측 서버의 설정에 따라 정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업 담당자가 평가위원 응모 이메일 모두를 공정하게 열람해 처리했는지 여부를 감사나 수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보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반면, 해당 사업 담당자는 "접수된 평가위원 응모 신청 이메일을 모두 확인했다"면서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제보자들은 "서구가 지방계약법령과 자체 규칙을 위반해 사업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제안서 평가위원 자체 모집 업무를 공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인천광역시,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제안서 평가위원 응모 신청 이메일을 정당하게 처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입찰방해에 대해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제안서 평가위원을 지자체별로 자체 모집하는 경우, 이메일을 통한 응모 방식은 고의나 과실에 의한 접수 누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제안서 평가위원 자체 모집을 지원하는 전국적인 통합 시스템의 구축, 운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공정경제는 해당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강범석 서구청장에게 입장을 수차례 물었지만, 그는 현재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행안부 훈령인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시·군·구 등 기초지자체는 5억 원을 초과하는 물건을 매입하는 경우에는 지자체장이 해당 예산집행품의를 직접 결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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