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10.24. 공정경제 — 상조회사 등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소비자 선수금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거나 지배주주 등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하는 사례가 지적되면서 선수금 보호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선수금 운용의 기본방향과 자율점검 체계를 담은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23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개정 지침은 할부거래법 제27조의3에 따라 마련됐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선수금 운용 시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고, 고위험자산 투자나 지배주주 등에 대한 과도한 이익 제공 전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부통제 규정도 신설됐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선수금 운용지침을 마련하고 회계연도별 운용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선수금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위원회가 특수관계인 거래나 고위험자산 투자를 심의할 때는 지급의무자 소속 임직원, 회계 등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공정위는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의 자율적 준수를 당부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선수금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은 3월 말 기준 계약자 1131만명, 선수금 11조3544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상조상품 선수금이 99%를 차지하며, 선수금 1000억원 이상 업체 16곳이 전체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폐업하거나 등록이 취소된 상조업체 22곳의 선수금은 5661억원을 넘었고, 이 중 4곳은 법정 보전비율(50%)을 지키지 못했다. 올해 대노복지사업단과 아가페라이프가 폐업했고, 더라이프는 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선수금 유용, 고위험 투자 사례는 반복됐다. 2022년에는 계열사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업체가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2023년 대법원은 선수금 300억원을 개인 용도로 유용한 상조회사 대표에게 징역 4년을 확정한 바 있다.
2024년에는 한 업체가 가상자산 파생상품에 선수금 5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의 70% 이상을 손실했다.
업계 7위 부모사랑은 암호화폐 테마주 레버리지 ETF에 선수금 595억원을 투자했다가 장부가가 102억원으로 급감했다는 사실이 5월 드러났다.
이번 개정 지침은 8월 24일 행정예고를 거쳐 확정됐다. 기존 지침은 대주주, 계열사 대출, 투자를 지양하라는 권고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 개정은 내부통제 절차를 의무화했다. 다만 지침 위반에 대한 직접적 제재 근거는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다.
공정위는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자본금의 50%로 제한하고, 선수금 운용지침 미수립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 소비자단체는 환영하면서도 보완을 주문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피해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일부에서는 심의위원회 설치 기준이 1000억원 이상으로 제한돼 중소 업체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일본이 선수금 전액 신탁을 의무화하는 등 더 강력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이번 지침은 권고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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