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11.03. 공정경제 —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부품 공급 중단을 압박해 장기구매계약(LTA)을 강요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처 받은 과징금 186억원과 시정명령 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7억6000만달러 이상의 부품을 사야 하고, 구매액이 모자라면 차액을 배상해야 하는 조건을 떠안았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생산 중단 같은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판단했다. 브로드컴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이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브로드컴 미국 본사와 지사 등 4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이다.
문제의 계약은 삼성전자가 2020년 3월 브로드컴의 통신 주파수 품질 개선 부품(RFFE)과 와이파이, 블루투스 부품을 대상으로 맺은 것이다. 계약 기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다. 당시 브로드컴은 관련 시장에서 세계 1위 사업자였다.
공정위는 계약으로 삼성전자의 부품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추가로 부담한 비용을 최소 1억6000만달러(당시 약 2137억원)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큰 총 3억2630만달러(약 437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브로드컴은 2020년 2월 9일 삼성전자에 거래 중단 예정을 통보했고, 협상이 시작된 뒤에는 구매주문을 받지 않았다. 3월 4일 협상을 중단한 브로드컴은 이튿날 모든 부품의 선적과 기술지원, RFFE와 커넥티비티 부품 생산을 멈췄다. 이어 RFFE 부품 100% 탑재 또는 연간 8억달러 구매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공급 차질을 우려해 3월 27일 계약에 서명했고, 브로드컴은 계약 직후 제한 조치를 풀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0 등 스마트폰 생산 차질을 걱정했고, 경쟁업체 부품 채택 계획을 포기한 채 다음 해 구매 물량을 앞당겨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2021년 출시한 갤럭시 S21에도 당초 검토한 경쟁사 부품 대신 브로드컴 제품을 썼고, 계약은 2021년 8월 조기 종료됐다. 브로드컴은 공정위 조사 중 2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자진시정안을 냈지만, 공정위는 2023년 6월 피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공정위는 이후 2023년 9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고, 브로드컴은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5월 서울고법은 브로드컴이 부품 공급을 임의로 중단하는 이례적인 수단으로 계약을 강제했다고 봤다. 계약이 삼성전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브로드컴이 인식했고, 내용도 일방적으로 불리하며 경쟁업체 부품 채택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5월 판결에서 브로드컴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기존 부품을 다른 제품으로 바꾸려면 설계 변경, 소프트웨어 개발, 인증 취득에 최소 6개월이 필요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다른 업체 부품을 살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또한 거래상 지위 남용과 불이익 제공 행위에 관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공정위 의결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처분에 불복하는 사업자는 서울고법과 대법원에서 다툰다.
이와 달리 미국은 연방지방법원부터 3심제를 거치고, 일본은 2013년 독점금지법 개정으로 자체 불복심판을 폐지한 뒤 지방법원부터 3심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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