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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2026.11.03. 06:47

금감원, 흩어진 사채 신고 AI로 묶어 '불법사금융 몸통' 추적

등록 대부업체 불법 가담 정황 포착…수십 곳 점검

    불법 영업에 가담한 등록 대부업체 연루 구조도. /금융감독원불법 영업에 가담한 대부업체 연루 구조도. /금융감독원

2026.10.26. 공정경제 — 금융감독원이 건별 대응으로는 닿지 않던 불법사금융 조직의 몸통을 쫓기 위해, 그간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조직범죄 수사를 지원할 인공지능(AI) 기반 분석체계를 마련했다. 흩어진 피해 신고를 하나로 묶어 '꼬리 자르기'에 가려져 있던 범죄조직의 실체를 찾는 게 핵심이다. 3월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던 '이실장'처럼 한 조직이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이어 온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접수된 피해 신고, 제보, 민원과 불법금융광고 정보 등 약 38만건을 AI로 분석한 운영 결과를 26일 밝혔다. 분석 결과 묻혀 있던 피해가 대거 드러났고, 정식 등록 대부업체가 불법 영업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불법사금융 일당은 점조직으로 은밀히 활동한다. 피해자들이 각각 다른 시기와 경로로 신고하다 보니 한 조직이 저지른 범행도 서로 별개의 사건처럼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 신고를 건별로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조직범죄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분석체계는 겉보기에 무관한 사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여러 사건을 하나의 그림으로 엮고 조직 단위로 재구성한다. 범행의 전체 구조와 배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체계로 한 조직이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이어 온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일당이 피해자를 끌어들인 경로까지 새로 파악했고 확보한 단서를 경찰에 제공해 핵심 조직원 검거를 지원할 계획이다.

등록 대부업체가 불법광고와 피해 신고에 직접 맞물린 사례도 나왔다. 수작업으로는 잡아내지 못했던 새로운 패턴이다. 일부 업체는 여러 피해 신고와 불법광고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제도권의 신뢰를 방패 삼아 뒤로는 사채 영업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대부업법 위반 소지가 큰 등록업체 수십 곳을 추려 피해자 면담과 현장 기동점검에 나선다. 관계기관과 합동단속도 벌일 예정이다.

광고, 대출, 추심, 영업을 나눠 맡은 '분업형' 조직들이 서로 얽혀 움직인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확보한 단서를 관계기관과 공유해 드러난 조직에 대한 수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LLM을 도입해 분석체계를 고도화하고 수사 지원 범위를 넓히며 조직 식별 정확도도 높여 나간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민생특별사법경찰(민생특사경)이 도입되면 분석체계를 현장에 적용해 말단을 넘어 조직 전체를 겨냥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금감원은 소비자에게 금액이 적더라도 불법사금융 피해를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접수된 신고는 다른 사건 기록과 함께 분석되므로 한 건의 제보도 배후 조직을 밝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신고할 때는 업자와 나눈 대화, 송금 내역, 전화번호, 광고 화면 등 증빙을 함께 내고 거래가 끝난 뒤에도 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정식 등록업체라도 선이자를 현금으로 따로 요구하거나 다른 업자를 소개하면 신고해야 한다. 계약서상 이율은 정상인데 실제 지급액이 원금보다 적은 경우도 같다. 금감원 웹사이트의 불법사금융 원스톱 피해신고나 1332에서 신고할 수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매년 늘고 있다. 손명수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피해신고센터 신고와 상담은 2022년 1만913건에서 2025년 1만7538건으로 늘었다. 증가율은 3년 새 약 61%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 자료로는 올해 1~8월 고금리 피해 신고가 4681건으로 지난해 연간(1904건)의 2.4배를 웃돌았다. 2022~2025년 미등록대부 신고는 4617건에서 9293건으로, 채권추심 신고는 1109건에서 4280건으로 불었다.

정부는 10월 2일 범정부 TF 회의에서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온라인 대부광고의 사전심의 대상 편입, 불법 광고 신고 건당 5000원과 불법사금융 연계 영업 신고 건당 50만원의 포상금 도입, 위장수사 적용 검토가 담겼다. 올해 4분기 중 대부업법과 시행령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수사 권한도 쟁점이다. 전 의원은 금감원이 추심 중단 경고를 보내면 업자가 신고 사실을 알아채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그것 때문에 민생특사경을 출범시킨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운영 중인 민생금융 특사경 TF의 주요 수사 대상은 법정 최고금리 연 20% 초과 대출과 미등록 대부업 등 대부업법 위반 행위가 될 전망이다.

'이실장'은 3월 소비자경보 당시 연이자율 6800%의 고금리 대출을 해주고 상환이 늦어지면 가족에게까지 불법추심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의 피해 유입경로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10월 19일 정무위 국감에서 금감원이 신고와 상담 현황만 집계할 뿐 유입경로와 발생원인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상담 시에 원인에 대한 부분도 같이 병행해서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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