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10.24. 공정경제 — 미국이 이란산 석유 운송 '그림자 함대'를 지원한 파나마, 그리스 소재 로펌 '카르나키스 앤드 카르나키스(Karnakis and Karnakis)'와 해운사, 선박 9척 등을 제재했다.
미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이란 석유수출 경로인 '그림자 함대'를 지원한 혐의로 로펌과 해운사 등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개인 5명, 기업 4곳, 선박 9척이다. 로펌은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제품, 철강 운반 선박의 실소유주를 숨기기 위해 수년간 유령회사를 세운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이 수억 달러의 수익을 내도록 도왔다는 게 재무부 설명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일에도 '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 22척과 관련 법인 27곳을 제재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일환이다. 제재는 행정명령 제13902호에 근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바다에서 불법 석유 운송을 하든, 로펌의 고급 사무실에 앉아 있든 이란 정권을 지원한다면 우리는 찾아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대상 선박 9척 중 파나마 국적 화물선 7척이 동결 재산으로 지정됐다. 미 재무부는 제재와 함께 두 개의 일반 허가를 발급해 특정 거래의 청산과 선박 안전, 환경 보호 관련 활동을 일정 기간 허용했다.
미국은 이란의 '그림자 함대'를 이용한 석유 운송을 주요 제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들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선박 간 환적, 복잡한 소유 구조를 이용해 운항 경로와 화물 출처를 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가 강화되면서 그림자 함대 규모가 크게 늘었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번 조치와 함께 그리스 소재 은행의 이란 연계 의혹에 대한 행정 소환장을 발부하고, 유럽 6개 은행에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 관계에 대한 정보 요청을 보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이란과 거래한 이집트 방크 미스르(Banque Misr)의 UAE 지점에 대해 미 달러화 거래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미국은 이란의 제재 회피 수법이 진화하는 데 맞춰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원유 원산지 위조와 선박 국적 변경 등이 주로 적발됐지만,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로펌 등 전문 서비스업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9월 이란 금융업자 바박 잔자니가 통제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뱅크(BitBank)를 제재했고, 상원 민주당 조사팀은 이란 제재 대상 지갑 846개 중 84%가 테더(USDT)로 거래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6년 들어 이란 제재 회피를 지원한 금융기관과 해운, 항공, 암호화폐 부문을 잇달아 제재하며 '경제적 왕따 작전'을 확대해 왔다. 지난 8월 이란에 대한 '경제적 D-데이'를 선언한 이후 9월에는 이란 항공사 27곳을 포함한 36개 대상을, 같은 달 튀르키예 골든 글로벌 은행과 러시아 VTB은행을 추가 제재했다. 10월에는 이란산 원유 운송을 지원한 파나마, 그리스 소재 로펌 카르나키스 앤드 카르나키스(Karnakis and Karnakis)와 해운사, 선박 9척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는 이란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미 재무부 분석에 따르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인근 해상에 대기 중인 이란산 원유 재고는 약 2000만 배럴 수준에 불과하며, 해상 봉쇄 여파로 이란 현지 항구에서의 신규 선적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수석 이사는 "이란은 이미 해상에 있던 석유 물량을 대부분 인도한 상태"라며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주기보다는 언론 발표용 성격이 강한 '뒷북' 정치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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