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3. 06:47

[기획] 연세대, 대기업 입찰 문턱 낮추고 중기 참여 막았다

부채비율 상한 200→250% 완화…수뇌부 출신 'GS'에 길 터줘
도급순위 기준 30위로 제한…중소기업과 공동도급 제안 '제동'

송도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2026.10.19. 공정경제 — 송도세브란스병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주처가 대기업의 참여 문턱은 낮추고 중소 건설사의 수주는 가로막는 듯한 행위를 잇따라 저질렀다. 입찰 부채비율 완화, 도급순위 30위 이내 재입찰 결의, 낙찰 이튿날의 단독 계약 지시가 확인됐다. 대기업 편들기와 중소기업 차별이라는 불공정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와 연세의료원은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래도시건설 잇단 단독 응찰…의료원은 거듭 유찰·취소 처리

지난해 12월 학교법인 정책이사회는 올해 3월 시공사 선정과 2028년 3월 준공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연세의료원은 설 연휴 직전인 2월 13일 송도세브란스병원 지상부 시공사 선정 입찰을 공고했다. 참가 자격은 10년 이내 1000억원 이상 종합병원 단일공사 실적을 가진 업체였다. 응찰에 나선 곳이 도급순위 306위인 미래도시건설 한 곳뿐이어서 입찰은 유찰됐다.

4월 16일 낸 두 번째 공고에서 의료원은 참가 자격을 도급순위 20위 이내 업체 또는 해당 실적 보유 업체로 넓혔다. 그러면서 응찰 기업의 부채비율 상한 기준을 200%에서 250%로 완화했다. 같은 달 28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도급순위 5위 GS건설이 참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39.9%로 알려진 GS건설은 이전 기준으로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완화된 기준으로는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

이에 여러 매체가 이런 부채비율 상한 변경에 대해 GS건설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특정 대기업을 염두에 둔 조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학교법인 임원진이 GS 출신이라는 점이 의혹을 더욱 확산시켰다. 허동수 학교법인 이사장은 2016년부터 GS칼텍스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김응식 법인본부장은 GS파워 대표, GS EPS 대표를 거쳐 지난해 1월 본부장으로 취임했다.

4월 16일 공고 입찰은 참가 신청 마감일인 5월 29일 GS건설이 끝내 응찰하지 않은 채 미래도시건설만 응찰해 유찰됐다.

의료원은 6월 4일 재공고를 냈다. 6월 12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미래도시건설 한 곳만 참석했고 응찰도 이 업체뿐이었다. 1차 공고부터 이 재공고까지 세 번 연속 단독 응찰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의료원은 번번이 입찰을 유찰시키거나 취소하면서 해당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도록 했다.

허동수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 소개 웹페이지. /연세대 학교법인 웹사이트
허동수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 소개 웹페이지. /연세대 학교법인 웹사이트

"30위 이내만 재입찰" 결의…중소업체 입찰 원천 차단

학교법인은 6월 23일 법인본부 이사회 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허 이사장이 사회를 본 이날 회의에는 이사 12명 중 8명이 출석했다. 의료원은 지하 골조공사 공정률이 6월 17일 기준 99%이고, 6월 4일 낸 재공고 입찰에는 미래도시건설 한 곳만 단독으로 참여했다고 보고했다.

한 이사는 외부에서 보기에 특정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이 조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기창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연세의료원장은 해당 업체를 염두에 두고 부채비율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니며 당시에는 해당 업체의 부채비율 변동 상황까지 알 수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의료원이 확인할 의지가 있었다면 GS건설의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이사들은 단독 응찰한 300위권 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하면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급순위 30위 또는 50위 이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다시 입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 이사장은 의료원 배석자 3명에게 퇴장을 요청한 뒤 안건을 다뤘다. 이사들은 진행 중이던 입찰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도급순위 30위 이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기타 조건 없이 재입찰하기로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6월 4일 낸 재공고 입찰은 개찰 예정일인 6월 30일을 앞두고 취소됐고, 도급순위 306위 미래도시건설은 단독으로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김 본부장은 30위 이내에 주요 건설사가 포함돼 있어 기준을 30위로 정해도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의 일주일 뒤인 6월 30일 의료원은 긴급 재입찰 공고를 냈다. 7월 13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8월 13일 참가 신청을 마감했다. 9월 17일 제안 발표에는 계룡건설(15위)과 금호건설(24위) 두 곳이 나섰고 금호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가격 협상은 23일 타결됐고 28일 금호건설에 낙찰자가 통보됐다.

공정경제가 입수한 '송도세브란스병원 시공사 입찰 관련 긴급 회의록' 첫 페이지.
공정경제가 입수한 '송도세브란스병원 시공사 입찰 관련 긴급 회의록' 첫 페이지.

낙찰 이튿날 "단독 계약" 지시…불공정 추정에도 '입장 無'

공정경제가 입수한 긴급 회의록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낙찰자 통보 이튿날인 9월 29일 법인본부 중회의실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허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5명과 법인·의료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금호건설이 전체 공사비 중 60%만 수주한 것으로 공시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 의료원은 법인과 협의해 최초 공고의 공동수급 허용 문구를 삭제했지만 금지 문구는 넣지 않았고, 7월 13일 현장설명회에서 협업 방안을 제안해도 평가상 불이익이 없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현장설명회에서 공동수급이 가능하다고 답한 것은 6월 23일 임시이사회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회의록에는 공동수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는다.

허 이사장은 금호건설과의 최종 계약을 6월 23일 결정에 위배되지 않도록 분리발주나 공동수급이 아닌, 금호건설이 전체 공사 금액에 100% 책임을 지는 단독 계약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의료원이 계약 전 계약서 원안을 법인과 공유하고 이사장의 최종 확인을 받으라는 지시도 나왔다.

이런 지시에 대해 법조계는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6월 23일 결의는 공동수급을 금지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공동이행방식에서도 구성원이 발주처에 연대책임을 지므로 금호건설의 100% 책임은 달성된다는 설명이다.

일련의 사건을 종합해 보면 대기업의 참여 요건은 낮추고 중소 건설사의 수주 길은 좁히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어졌다. 부채비율 완화로 GS건설이 요건을 맞출 수 있게 됐고, 30위 이내 재입찰로 미래도시건설의 단독 입찰 길은 막혔다. 낙찰 이튿날에는 공동수급을 통한 참여마저 막는 단독 계약 지시가 나왔다. 대기업 편들기와 중소기업 차별이라는 불공정이 추정되는 대목이다.

본계약은 현재까지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원은 9월 말에서 10월 초 계약과 착공을 밝혔지만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박성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지난 4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2028년 말까지 병원이 개원하지 못하면 연세사이언스파크 부지를 회수할 수 있고, 연세대가 1000억원 이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법인과 연세의료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의료원은 본계약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쟁점은 밝히기 어렵다고만 설명했고, 2028년 말 준공과 개원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일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연수을)은 최근 허 이사장에게 병원 건립 지연의 책임 규명과 정상화 대책을 요구하는 질의를 전달했다.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허 이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소환해 중소기업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대기업 위주의 사업을 강행한 경위를 따져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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